각종 매뉴얼과 규제 등의 명문화되어있는 사항을 가상일(Work-as-imagined) 이라고 부르는 반면, 우리들의 일상생활이나 현장에서 변화하는 환경과 조건에 대응하며 실행되는 모든 일을 통칭하여 실제일(Work-as-done)이라고 부른다. 이 가상일과 실제일의 격차가 커지면 리스크라는 불확실성도 커지므로, 부정적인 요소들 간 공명을 일으켜 결국 사건사고로 돌변하게 된다.
산업혁명 이후 수 세기이상 모든 산업사회가 각종 매뉴얼과 규제사항을 늘려가며 사고를 줄이기 위한 비전제로(Vision zero) 개념을 주창하고,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약화시켜 실제일과의 격차가 “0”이 되도록 한다. 만물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한 변화가 더욱 가속되는 현재의 시스템 사회에서도 이 사고 제로개념은 불변의 원칙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실무현장을 지배한다. 그러나 가상일과 실제일 간의 격차 제로화는 불가능하다. 변하는 환경과 조건에 맞추어 모든 매뉴얼을 만들 수는 없으며, 수시로 복잡하게 변하는 상황을 예측할 수도 없다. 오히려 자신과 조직의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도 현장에서의 실제일은 변동되며, 또한 효율성과 생산성의 이름으로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불확실성 요소에는 긍정과 부정의 요인들이 포함되었으므로 함부로 제거해서도 안되며, 이는 시행착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경험들을 원천 제거함으로써 인간의 通其變(상황과 조건에 맞도록 통하게 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따름이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존재하는 이러한 격차를 최소화 / 분산화 / 최적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은 안전안심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그러므로 해당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자를 전문가로 칭하는 구시대의 정의도,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산하는 자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또한 안전의 일차적인 책임은 각자에게 있으므로, 최우선적으로, 우리 스스로 안전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대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요소들의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부정적인 요소 간 공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