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국회임기 만료로 폐지됐던 건설안전특별법이 재발의 되었다. 핵심내용은,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의무소홀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시공사, 설계자, 감리자는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거나 1년 이하 영업정지, 발주자(처)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다. 중복규제와 과잉처벌을 주장하는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은 이 기회에 건설현장의 구조적 안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건설안전특별법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진심으로 알고 싶다. 안전특별법이 시행되면 안전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가?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는 줄어드는가? 안전관리의무는 특정한 조직에게만 부여되는 것인가? 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예상문제의 범위를 좁힐수록 처리가 쉬워진다는 단편화 개념과, 부정요소로 예상되는 요인을 찾아서 제거하고, 처벌을 강화하면 안전이 향상된다는 개념은 고전 물리학만큼 오래된 이론이다. 복잡계 시스템인 현대사회에서는 어느 하나 맞지 않는 낡은 개념들이 지금도 만고불변의 진리로 활용하고 있다. 단편화 개념의 대표주자인 세터리스 패러부스(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조건절은, 더 이상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을 찾아볼 수 없는 현대사회에 부적합하며, 오히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잠재적 가정은 불확실성을 대폭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도 할 수 없다는 개념 위에 만들어진 정량화와 표준화는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가 늘어나는 세상사에 대응하기 어렵다. 각종 통계는 놀라울 만큼 우리에게 데이터의 축약기술을 가르쳤지만 그 데이터의 해석기술을 심하게 왜곡시켰다. 측정과 통계에 의한 확률관측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원인으로 해석하는 실수도 조장했다. 사고발생률을 0%로 수렴시키기 위해 부정요소를 찾아 근원을 제거하는 비전제로(Vision Zero) 캠페인은 긍정요소까지 모두 박멸하여 오히려 우리의 상황대응(Muddling through) 능력까지 말살시키고 있다. 그동안 우리들이 수행한 대부분의 일이 결과에 대한 대책인 것을 원인에 대한 대책인 것으로 크게 착각한 것이다. 동적변화가 중요시되는 시스템사회에 정적변화에 초점이 맞춰진 부정요인 제거개념의 처벌강화는 더 이상 답이 될 수가 없다. 오히려 사망사고 없는 건설 관련사에 매출액의 3% 인센티브를 수여하고 전액 안전대책에 활용하도록 법을 바꾸면 안전사고는 줄어들 것이다. 긍정요인은 선순환하여 긍정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생산자 없는 소비세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RS+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