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학

임기응변학 The Science of Muddling Through [C. Lindblom, 1959]에 대한 斷想 신내림 받은 무당이나, 주역과 명리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역술가나, 한 분야를 집중 공부한 전문가들의 공통점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이론과 논리를 증명하거나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지 대부분의 논쟁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들은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그 가치들의 우선순위는 들어 본 적도 없다. 그 대신 결과를 예측ᆞ도출하기 위해 각자의 과거 경험에 크게 의존하며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회적 가치나 논쟁의 목적은 어느새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선명하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복잡한 사회문제나 정책대안에 대한 목적과 가치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혼합한다는 것과, 무분별한 데이터 남용과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혼돈이 무질서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든 대응(Muddling through)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살아간다.  논쟁 대상자들은 한 가치가 다른 가치들의 일부를 위해 얼마나 희생할 가치가 있는지 알아야 하지만, 종종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고 정책과 전략을 우선 결정하므로, 그들의 중요한 가치나 목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시민은 증가한다. 사회적 목적들이 항상 같은 상대적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은 동시에 최초의 논쟁 목적까지도 스스로 수정하게 된다.  누구도 현실세계의 복잡성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된 정책의 변동성과 반복되는 오류는 피할 수 없다. 불행한 사실은, 자신이 피하고자 했던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비할 수 있는 적절한 이론이 없다는 것과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판단과 행동을 즉시 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잘못 해석되어 효율성(Efficiency)에 중점을 둔 임시방편은 완전성(Thoroughness)에 중점을 둔 임기응변과는 다른 차원이다. 온갖 수재들이 모여 있다는 정부조직이나, 지방대 의대정원이 다 충원된 후에나 S공대에 들어간다는 시대의 똑똑한 의사집단에서 벌이는 작금의 감정적 리스크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면 임기응변(Muddling through)과 임시방편의 분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대한 안전대책은 객관식 사지선다형 기출문제나 표준 매뉴얼에서는 찾을 수 없으며,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바탕 위에 만들어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뿐이다.

Continue Reading임기응변학

안전 · 안심사회 구축과 엘시(ELSI)

안전 · 안심사회 구축과 엘시(ELSI) 1990년 미국정부에서 시작한 인간게놈 해독프로젝트 중 "ELSI (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 연구"프로그램이 탄생했다. 그후 나노기술이나 뇌과학과 같은 프로젝트에도 적용되었고, 많은 나라에서 유사한 연구가 시작되어 2010년 중반에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발전하여, 용어의 명칭까지 변경(Implications -> Issues) 되었다. 지금은 생명과학과 의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분야까지 폭넓게 이 개념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ELSI 개념은, 새로운 기술 및 과제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윤리적, 법적(제도적), 사회적 과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융합 지식"을 사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공동생활에서 보다 안전ᆞ안심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에 윤리적 개념은 필수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을 만들기만 하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식적인 윤리규범을 초월하는 특정한 이해집단만의 목적은 ELSI와 정확히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더욱 신속하게 전파되는 SNS의 악플들도 프라이버시 침해, 공정성, 사회수용성 등의 측면에서 ELSI와 매우 큰 간격이 존재한다. 간격이 커질수록 제어범위를 넘어선 불확실한 리스크는 확실한 위험으로 돌변하게 된다. 조직 관리자들이 구상하여 설계한 일 (WAI: Work As Imagined)과 현장에서의 실제일(WAD: Work As Done)과의 간격이 커지면 사건사고로 변모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늘 그렇듯 사회 여론은 불안정하고 단기적으로 변화하기 쉽다. 반면에, 사람들이 지켜야 할 윤리규범은 단기적으로는 변화하기 어렵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우리의 모든 행위는 법과 제도의 틀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기업활동에서는 법과 윤리가 준법경영과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새로운 기술이나 과제가 도입되면 기존의 것과 맞지 않는 사태를 자주 보게 된다. 새로운 과제의 사회적 구현이라는 맥락에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회적ᆞ기술적 과제에 대해,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행위가 눈물겹도록 보인다. 그러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어서, 이는 곧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대폭 증가시키며, 불안전한 도를 넘어, 급기야 위험사회를 조장하게 된다. 반론의 여지없이, 사회ᆞ문화ᆞ경제ᆞ정치의 모든 행위는 상호 간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하나가 따로 작동할 수 없는 시스템 사회이다. 최근의 국회의원 선거와 국민의식이 또다시 무질서하게 혼합되어 하마평이 무성하다. 삼류(三流) 정치인 뒤에 숨은 사류(四流) 국민이라고 자학한다. 이럴 때마다 상기해야 할 기준이 있다.  세계적 흐름인 엘시와 나는 동행하는가? 반대의 길을 가는가?   간격이 클수록 안전ᆞ안심 사회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Continue Reading안전 · 안심사회 구축과 엘시(ELSI)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개론(5/5)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개론(5/5) 이분법과 양극화는 사회ᆞ문화ᆞ경제ᆞ정치의 모든 분야에 고착되었다. 정치와 종교 이념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한다고 믿는다. 합리적 대화와 협동은 불가능해 보인다. 통계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이 아니라 데이터를 요약하는 방법에만 집중하였다.(The Book of why, Judea Pearl et al., 2018). 상관관계는 인과관계 요인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누구나 인식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식ᆞ무의식적으로 혼용된다. 사고의 원인을 없애면 사고가 방지된다는 신념 하에, 상관관계 요인은 또다른 상관관계 요인과 결합하여 인과관계로 둔갑한다. 빨리빨리 문화와 그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는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된 결과를 보기위해, 또는 이해관계자들의 편리를 위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항상 교묘하게 경계를 넘나든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더욱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AI시대에도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상호작용이 핵심 키워드에 해당한다. 요소 간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고 리스크(불확실성)도 급격히 증가한다. 이러한 시대에 안전ᆞ안심 사회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절대적 요소는 리스크에 대한 상호 간 소통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더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이 더욱 바람직한 대응책인지를 다 함께 소통하고 평가하며 관리하는 능력을 다 같이 향상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시스템안전은 강화된다. 경주마처럼 눈가리개하고 경쟁하듯 달려온 반세기의 폐단은 수없이 많고,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재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한분야만 수십년 걸어온 전문가들이 오히려 변화에 더욱 취약하므로 우선적인 교육이 시급하다.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능력을 요구하며, 그 능력은 해당시스템 상황의 본질과 부합해야 하므로, 어제의 모든 개념과 도구는 오늘의 상황에 대응하도록 재해석하고 재정립해야 한다.   RS+240303 

Continue Reading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개론(5/5)

End of content

No more pages to l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