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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슬로건은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이다. 지금도 작업현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안전제일(Safety First) 슬로건과 유사하다. 다른 주변조건의 어떠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핵심 키워드인 복잡성, 상호작용과는 정면으로 상충하는 슬로건이다. 안전은 매우 중요하므로 무제한적인 자원충당이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떠한 조건에도 안전에만 모든 자원을 배분하는 회사나 조직은 현실적으로 존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안전제일주의는 안전우선(Safety Priority)주의로 전환되어야 합리적이다.


부정요인을 제거하여 사고발생확률을 0%로 하는 비전제로(Vision Zero)캠페인은 코로나19 기간동안 중국정부의 기본 정책이었다. 1997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현재도 우리 산업사회의 전반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시스템/조직의 긍정요소가 인접 시스템/조직에는 부정요소로 될 경우, 긍정과 부정의 편 가르기는 일시적으로 편향되고 무지한 판단으로 돌변한다. 따라서 부정요소를 함부로 제거해서도 안되며, 안전 요소와 불안전 요소는 항상 공존하므로 사실상 부정요소만 별도로 제거하여 제로화할 수도 없다. 오히려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경험들을 원천 제거함으로써 인간의 通其變(그떄마다의 달라진 상황에 맞도록 통하게 하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비전제로보다 비전센텀(Vision Centum)을 통해 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안전은 강화된다.


1997년 영국 노동당의 공약이 기원이 되어 2007년 제정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모태로 우리사회에 받아들여진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범죄가 경영자 개인의 범죄로 둔갑하는 이상한 형법의 해석으로 변했다. 안전은 필연적으로 불안전을 동반하므로 결국 모든 경영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죄를 지은 것으로 해석되어 집행유예기간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시민재해의 원인은 조직문화와 관리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 해석하였으며, 산업안전보건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 법률제정의 취지이다. 혼동되는 법적해석은 뒤로하고, 기업과실치사법이나 기업살인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분명한 목적은, 처벌을 강화하면 안전이 향상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러한 근거자료나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도 할 수 없다는 개념 위에 모든 것을 측정 가능하도록 만든 정량화와 표준화는 더 이상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각자의 의식과 감정은 측정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처벌을 강화하면 안전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은폐와 조작이 난무하며 안전대책과 전혀 상관없는 법무적 서류만 쌓여간다. 오히려 각 시스템, 조직, 부서 간 경계를 넘어(Working Across Boundaries)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처리법으로 전환하고 특정 사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야 안전도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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