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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패러다임의 전환


심리학에서는“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간격을“사회적 거리”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코로나팬데믹을 계기로 이 용어는 어느덧 미터법으로 환산되어 1.5~2미터의 거리 간격을 의미하는 용어로 변경되었다. 훨씬 더 장거리를 비산하는 재채기나 기침은 그 정도 간격으로는 안전이 보장될 순 없지만, 일 년 반 이상이나 지난 현시점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여전히 사회적 거리유지/마스크 쓰기/손 씻기 이외에는 특별한 대책 없이 누군가 특효치료제를 개발해 주기만 기다릴 뿐이다. 졸필이나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안전분야의 전문가라면 진심으로 묻고 싶다. 이번 팬데믹의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가?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너무 광범위하다면, 안전전문가로서 지난 시기 동안 스스로 어떤 변화를 하였거나 주변이 어떤 변화를 하도록 전문가의 소임으로 대응한 것은 무엇인가? 기존의 프레임만으로는 간과하여 놓칠 수 있는 요인/요소들에 대한 이해 및 재해석을 위해 학습한 것(학습할 것)은 무엇인가? 작금의 코로나팬데믹은 어떤 사건/사고에 해당되는가? 자연재난, 사회재난, 인적오류, 조직문화, 안전문화 또는 시스템의 작동실패이거나 리더십 부재에 해당되는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기존의 지식과 경험상으로 습득하고 있는 사고분석 또는 위험평가 방법은 이러한 대형사태에도 과연 적용 가능한가? 갑작스럽고 도발적인 이러한 질문에 아무리 안전전문가라고 하여도 명쾌한 답을 하기는 막막할 것이다. 인간이 결부된 모든 현상은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사상이나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트렌드라고 표현한다. 21세기 들어 대부분 의 학문과 산업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트렌드인 상호작용, 상호의존성, 비선형성, 복잡계시스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산업안전분야도 동일한 흐름을 유지하므로 어떤 전문가의 글이나 방송에서도 이러한 대표적인 용어활용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복잡계시스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해당 사건/사고의 원인과 대책은 복잡계시스템 개념과는 상이한 설명을 하는 모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시스템은 동적(Dynamic)으로 변하고, 시스템 각 요소들의 상호작용과 상호의존성에 의해 복잡성이 더욱 증가한다고 대부분 이해한다. 그러므로 인과성과 선형적 가정에 따른 기존의 시스템 해석만으로는 복잡계 사회에서는 더이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최고전문가의 해설은 친절하게도 하인리히 법칙과 스위스치즈 이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더욱 자동화되고 대형화되고 있는 현대의 사회-기술(Socio-techni cal)시스템은 어떤 외적조건에 노출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 주어진 시간/정보/자원도 불충분하며, 둘이상의 요인/요소가 조합되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과, 요인/요소간 서로 원인도 되고 결과도 될 수 있는 상호의존성의 특성도 상대적 무지(Relative Ignorance)의 상태가 더욱 증가하여 복합화/복잡화된다. 따라서 시스템 기능 간 관계는 선형적으로 미리 정해진 인과관계의 결합이기보다, 특정상황에서 비선형적으로 발현하는 것이라는 개념도 명확히 이해한다. 그러나 최고전문가의 해설은 또다시 사건/사고의 원인은 선형적으로 존재하는 그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면 사고는 방지/약화된다는 주장을 복잡계시스템 사회에서도 유지하고 있다. 특정 상황에 대한 발현적 결과(Emergent results)를 찾기보다 과거의 프레임에 의해 기인식된 범위에서 결과적 결과(Resultant results)를 찾는데 집중하는 셈이다. 안전과학(Safety science)을 역사적 관점에서 자세히 바라보면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과 변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각자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프레임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1910년대 : Taylor and Proceduralization 1920년대 : Accident Prone 1930년대 : Heinrich and Behavior-based Safety 1940년대 : Human Factors and Cognitive Systems Engineering 1950~60년대 : System Safety 1970년대 : Man-made Disasters 1980년대 : Normal accidents and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s 1990년대 : Swiss Cheese and Safety Management Systems 2000년대 : Safety Culture 2010년대 : Resilience Engineering (Foundation of Safety Science; Sidney Dekker, 2019) 작금의 팬데믹 상황이 이러한 변화와 복잡성을 더욱 증명한다. 위험요소는 국경도 적도 없으며 잠재적 위험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대응책이 확실한 방법인지 알기도 어렵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이상 선형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상은 계층적ㆍ순서적으로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명확히 보고 있다. 근거가 애매한 통계수치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원인을 일부 조직 또는 개인의 인적오류 탓으로 해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미봉책은 확증된 편향성만 증가할 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인용하였을 하인리히이론은 이제는 박물관의 박제동물을 새삼스레 꺼내서 활용하는 사례에 해당되며, 1990년대에는 그보다 더 합리적인 이론을 찾아볼 수 없었던 리즌의 스위스치즈 이론도, 이렇게 되면(Only if~) 사고로 연결된다는 선형적 개념과 더불어, 어떻게/왜/얼마나 자주 그렇게 되면 사고로 발전된다는 설명이 부족하여, 현대의 사회-기술 시스템사회에서는 이미 효력을 다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정설화 되어있다. 하기야 그보다 훨씬 족보가 오래된 슈바르츠/데밍 의 PDCA cycle 은 지금도 ISO 등 각종 규제규격이나, 그것을 기초로 한 안전수준평가/안전활동수준평가 등의 시행지침에는, "PDCA의 적극활용"을 줄기차게 권장하고 있다. 왜 PDCA사이클만 고수해야 되는지를 설명하는 합리적 자료는 찾아볼 수 없지만, 전문가들 역시 의심의 여지없이 복잡계시스템 사회에서도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하고 사용한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PDCA의 기원은 "생산제품의 개선관리"가 당초 목표였다. 주변 환경은 통제되지 않고 항상 변하여 "변화관리"가 중요시되어야 하는 오늘날의 개방형 복잡계시스템 환경에서, 폐쇄형시스템으로 가정되고 개선관리가 목표인 PDCA사이클이 과연 합리적인지를 의심하여 볼 여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D를 수행하는 중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도 P로 되돌아가지 않고 속절없이 C와 A를 전개한 후 비로소 P를 수행하게 된다. 어떤 프로세스가 변경 또는 보완되어야 더욱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되는지 주장하는 사람은 오히려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며, 고전적 방법을 의심 없이 따르는 것만이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어제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남들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Following the followers).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근본과학도 변하고 상황도 항상 변하는 복잡계 사회를 살아간다고 인정하면서도, 스스로는 변화 없이 과거의 방식으로 안전을 유지하려는 개념은, 과하게 표현하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체 해답만 구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패러다임이란 성숙한 과학자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이다. 그러나 그 과학자(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이론의 창안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창안된 것들을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상과학(Normal science)적 연구는 기존의 확립된 패러다임이 제공한 현상과 이론을 명료화하는 것을 지향하며, 일생동안 옛 전통을 신봉하며 저항한다."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Thomas Kuhn,1962) 안전에 대한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누구나 동일한 분량의 책임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며, 각종 제도나 규제를 만드는 (만들 수 있는) 전문가로서 우선적인 책임의식 없이 권한만을 유지하려는 개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호가 안전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최우선적으로 “전문가 재교육”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이미 수십년 전 확립된 이론과 개념을 본인이 지금까지도 신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계속 새롭게 창안되고 업데이트되는 이론과 개념도 스스로 배우지 않고, 후세대들에게도 학습하고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기회마저 제한하는 것은 전문가의 무책임한 행위로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시스템은 그 이전의 시스템보다 더 복잡하므로, 그 대책도 이전보다 복잡한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이론은 과거의 문제점들도 기본적으로는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도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은 항상 실천되어야 한다. 안전분야 역시 전문가들 간 패러다임에 대한 상이한 이해가 안전선진국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이며, 자신의 패러다임을 절대화하거나 강하게 얽매여 있는 한 우리 모두의 안전은 더욱 요원해질 뿐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도 이해할 만하다. 세계속의 한국호는 어떤 통계수치를 대입해 보아도 안전선진국 대열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선두의 위치에서 새로운 방법을 남보다 먼저 찾아가는 안전전략화를 실행해본 적이 없으며, 단지 한국호는 산업화가 진행된 지난 60여년간 안전선진국들에 의해 구성된 큰 프레임(전략) 하에서 안전전술화 테크닉만을 구사하였던 것이다. 오늘도 각 조직에서 활용하고 있는 각종 기법이나 모델은 언제/어떻게/왜 만들어졌는지를 검토할 여유 없이, 남들보다 빠르고 작고 저렴하게 생산하는 것만이 지상 최대의 목표였던 것이다. 우리가 현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어떤 속도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과거부터 존재하였던 매뉴얼의 빈칸만 하염없이 수정하며 새로운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계속 늘어만 가는 규제와 규칙은 안전담당자들 조차도 온전히 기억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뉴톤의 업적으로 인하여 오늘날 인류발전의 초석이 다져졌다는 설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의 고전물리학이론은 해당분야뿐만 아니라 인문학분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인용하는 사물중심의 사고(思考)체계인 환원주의(Reductionism)의 근간을 구성하는 이론이다. 모든 대상을 가능한 한 세부적으로 나누고 분석하는 개념이다. Micro / Subjective / Exist / Static / Linear / Single causality / Analysis 등이 이 개념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용어들이다. 안전분야도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하면서 발전하였다. 모든 사건/사고를 분석하기 위해 가능한 한 사물을 단편화/세분화시키고 정적(Static)상태를 분석(Analysis)하여 하나의 원인(Single causality)을 찾아내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오늘날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발전을 이룬 역사에는 이러한 환원주의가 지대한 기여를 한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것들이 변하여, 그 당시의 언어로는 표현 불가능했던 여러 현상들이 나타났고, 따라서 과거에는 가장 합리적 개념이었던 사실들도 사실상 특정한 경우(Ceteris paribus)에만 제한되는 법칙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 대신, 우주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황과 관계중심의 전체주의(Holism)가 현실세계에서는 더 합리적이라는 양자물리학의 개념이 복잡계 시스템사회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Macro / Objective / Relation / Dynamic / Non-linear / Multi-causalities / Synthesis 등이 이를 나타내는 핵심용어들이다. 안전분야도 그동안 치중하였던“분석적 접근방식(Analysis Approach)”뿐만 아니라“융합적 접근방식(Synthesis Approach)”에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에 이미 도달한 이유이며 근거이다. "System"이라는 용어는 역사가 너무 오래되어 출처가 불분명하며, 현재의 모든 산업분야에서도 사용하므로 그만큼 개념정리가 애매모호한 용어이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적용하는 시스템의 역사는 대략, Cybernetics (Wiener, 1950), Second Cybernetics(Maruyama), System Dynamics(Forrestor, MIT 1961), System Engineering(V. Bertalanffy, 1968) 등의 변천과정과 그 기본개념들 중 일부를 절충(Trade-off)하면서 현재 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System thinking"의 "Deals with systems as a whole rather than with subsystems or components." 개념과 같이, 시스템 구성 초기시점부터 시스템 전체를 하나로 보고 목적과 기능에 맞는 System safety 구성이 되도록 재해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 스킬에는 왕도가 없지만 누구나 운전 중에는 주변차량의 흐름, 도로상태, 날씨 등 빠르게 변하는 주변상황 전체를 보며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운전 중 어느 한곳에 집중하여 시선을 두면 오히려 주변상황의 영향으로 사고로 연결된다. 좁은 도로 등을 통과할 경우도 도로 폭 등에 집중하여 길이/넓이 등을 계산하며 운전하지 않고 (수많은 실전을 통해 얻은 경험과 업데이트된 지식에 의존하며) 감각적으로 골목상황을 전체적으로 판단해 가며 빠져나가게 된다. 그러다 주정차(Dynamic 상태에서 Static 상태로 변환)를 하게되면 비로소 어느 한 곳을 집중하여 볼 수 있게 된다. System safety 측면에서, 운전 중일 때처럼 "전체"를 보며 판단하는 사고방식을 Complex system thinking 또는 Synthesis approach 라고 부르며 항상 변동되는“상황중심적”접근을 한다. 한편, 주정차 중 일때처럼 특정한 "부분"을 자세히 주시하는 사고방식을 Conventional system thinking 또는 Analysis approach 라고 칭하며 “사물중심적”접근을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의 역사가 현재의 발전을 이루게 된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과거의 사물중심적 접근방법만으로는 복잡계 시스템사회의 다양한 상황중심적 문제점들을 수용할 수는 없다. 더더욱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자동화도 거대화되며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사회-기술사회에서는 단 하나의 원인(One-right-causality)으로 사고가 발생하기보다 다중원인(Multi-causalities)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므로, 과거의 Analysis approach에 의존하여 만들어진 각종 규격과 매뉴얼만 하염없이 수정하고 추가해도 사고원인은 계속 존재하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만 증가할 뿐이다. System safety에서 "전체"를 보고 판단하는 융합적 접근방식(Synthesis approach) 은 각 조직(부서) 간의 필연적인 쟁점업무로도 설명할 수 있다. • 어떤 조직은 생산성과 상관없이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결코 안전하진 않다. 적어도 과거의 안전관점에서 보면 안전은 생산적이기보다 방어적이며, 수익보다 비용측면이다. 결국 아무것도 생산되지 않으면 안전을 위한 자원은 없는 것이다. • 어떤 조직은 생산성이 최우선이지만, 안전이나 품질과 관련 없는 생산성은 있을 수 없다.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생산을 약화시키거나 방해할 수 있는 사건사고의 가능성도 발생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안전이 없다면 생산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족한 품질은 시장점유율이 낮아져 결국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 어떤 조직은 품질이 최우선이지만, 생산성이나 안전성과 관련 없는 품질은 있을 수 없다. 품질보증은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는 않는다. 반대로 품질이 낮아지면 생산흐름이 흔들리므로 안전성도 영향을 미친다. • 어떤 조직은 신뢰성이 최우선이지만,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생산성과 관련 없는 신뢰성은 있을 수 없다. 생산성뿐만 아니라 안전과 품질측면도 조직구성원 및 기술요소의 신뢰성에 크게 의존한다. (Synesis - The Unification of Productivity, Quality, Safety and Reliability; E. Hollnagel, 2021) 이와 같이 각 사업부서는 전체를 보고 상호의존하며 융합적 사고방식으로 같은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은 각자의 사일로(Silo)에서 각각의 다른 주안점과 수행기준을 갖고 있다. 수많은 실패는 기술과 인간보다 조직과 관련 있다는 주장(Normal accident; Charles Perrow, 1984)이 우리에게 재차 경각심을 준다. 복잡계시스템 사회에서는 과거의 모든 개념이 재해석되고 재정립되어야 한다.“(안전)사고는 기술적요인과 인적요인 및 조직적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로 정의된다(IAEA-TECDOC-1846. 2018. P3). 각산업의 발전속도와 자동화규모는 과거의 이전시대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도가 붙었으며, 각 요소 및 요인간 상호작용과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과거의 기술적요인과 인적요인만으로는 복잡계 현상을 파악하기에는 한계점이 노출되었기에 조직적요인(Organizational Factors)까지 포함하여 추가 해석되어야 할 요소가 점점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던 기술적요인과 인적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던 조직적요인을 오히려 집중 보완하는 것이 더욱 균형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이와 같이 전체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과거 각각의 사일로 안에서 단편화된 지식과 경험은 결국 그때 그 시절의 옛이야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변화는 전문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고방식에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삶의 질 향상과 더욱 안전한 개인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개개인도 학습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불확실성 시대에 생존을 위한 우리 모두의 기본 의무이다. 융합적 접근방식이 필요한 복잡계시스템 사회는 특정 전문분야이더라도 해당전문가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모순이며, 오히려 개개인이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분야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그동안 전문가에 의한 깊이우선적(DFS: Depth-First Search) 프로세스에 의존하는 방식의 실패에 대응하고, 새로운 환경변화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모두가 참여하는 너비우선적(BFS: Breadth- First Search) 방식이 요구된다. 역사적 흐름으로 보면, 산업혁명이후 안전이란 기술적 요인을 의미하였으며, 그 후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지다가 1986년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를 계기로 그 초점은 조직문화와 안전문화로 옮겨갔다. 안전(사고)을 기술적인 관점에서 분석평가하고, 휴먼팩터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의 관점에서 조직과 안전을 보면서 많은 문화도 창출되기 시작하였다. 품질문화의 정의는“품질관리자뿐만 아니라 조직의 모든 사람이 품질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제안(Harvey & Green, 1993) 되었으며, 생산문화, 신뢰문화 등 문화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도 조직에 퍼져 나갔다. 각종 문화의 존재를 편리하게 정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문화자체를 단기간에 바꾼다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같은 조직에서 상호 관계를 유지하며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믿음이 상호 간 강하면 그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어떤 변화도 시도해보지 않는 것보다 비록 시행착오를 통해서라도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보완대책이 된다. 또한 안전(사고)은 여러가지 요인이 상호 간 영향을 주어 발생하므로 다양한 문화의 관점, 기술적 관점, 휴먼팩터의 관점 등 서로 다른 견해가 새로운 원인과 대책을 찾는 방법도 될 수 있다. 사회나 조직의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행동양식과 물질적 측면을 포함한 생활양식을“문화”라고 부른다. 원자력분야를 비롯한 많은 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샤인의 "조직문화의 3단계" 모델과 같이,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프로세스)는, 가장 외형적으로 판단하기 쉬운 1단계를 거쳐 2단계가 형성되고, 그것을 통해 3단계가 만들어진다. 1단계: 인공물, 물리적환경, 구성원의 행동 등 2단계: 표방하고 있는 가치관, 판단기준, 사고방식 등 3단계: 묵시적 행동규범, 기본적 전제사항 등 (3 Levels of Culture; E. Schein, 1992) 이러한 프로세스를 역순으로 보면,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형성된 3단계가 2단계를 지배하며 그에 따라 1단계가 구성된다. 결국 조직구성원의 행동변화와 물리적 환경변화로 조직문화도 바꿀 수 있게 된다.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따라 조직 내에서 활동하는 인간의 행동도 크게 좌우된다. 안전에 관한 개개인의 판단과 행동은 안전에 대한 조직의 가치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만약 노동재해 등 나쁜 정보는 되도록 드러내지 않고 일이 커지지 않도록 수습하는 조직문화라면, 사소한 노동재해를 보고하도록 지시를 해도 아마 누구도 보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다른 일보다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Overriding priority)”이 안전문화이다. 그러나 이것은 건설현장이나 대대수의 조직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안전 최우선(First priority)”표어와는 다른 의미이다. 안전 최우선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이렇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무제한적 자원충당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원은 한계가 있으며 안전에만 모든 것을 배분하기는 어렵다. 어느 조직이든 현실 속에서 품질과 안전성, 효율성, 경제성, 생산성 등 여러 조건의 균형(Trade-off) 속에서 판단을 내린다. 따라서 "안전 최우선"은 실현가능한 목표이기보다 슬로건과 같이 다루어지기 쉽다. 조직문화는 안전에 도움이 되는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안전문화는 조직문화의 안전에 관한 측면인 것이다. 조직문화도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고 새로운 것을 배제하려는 습성”이 있다. 현재까지의 방식만으로도 살아남아 존속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변화하고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의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는 조직의 존속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변화는 필연적이다. 조직문화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문화가 형성된 과정과 마찬가지로 행동을 쌓아가며 습관화시킬 필요가 있다. 새로운 행동을 축적하고 그것이 습관화되어 일반적인 것이 되면, 조직의 암묵적인 행동규범(레벨3, E. Schein)을 포함한 문화도 바뀐다. 안전문제는 무엇이든 공유되고 정보교환(의사소통)되어야 한다. 감독기관과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조직이 안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표현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작금의 코로나팬데믹 시기에 명확히 보는 바와 같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지식의 연결성과 생산성은 이전보다 빠르게 급증하며 세계화로 인한 연결성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각 시스템(조직) 참여자의 역동성과 데이터 사용량의 증가는 더욱 분명해진다. 따라서 비선형사회의 불확실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리스크의 증가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여기에 더하여 주변국들과의 정치외교적 관계도 우리 모두의 안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가까운 미래에 한국호에서 예상되는 새로운 선거와 주변국들의 이해충돌 등,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변화의 깊이만큼 넘어야 할 잠재적 리스크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조직/안전문화나 제도는 지난 60여 년간 불변의 법칙만을 고수하고 있다. 안전이란 리스크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항상 존재하는 리스크는 “위해의 발생확률과 그 위해 정도의 조합”이므로, 이를 수시로 점검하고 발생빈도나 정도를 낮춤으로써 리스크를 허용가능한 범위까지 줄여 나갈 수 있다. 리스크 평가는 어디까지나 일정시점에서의 판단이므로, 현재까지 문제가 없었던 허용가능한 범위조차도 새로운 상황변화에도 과연 허용가능한지 재점검해야 한다. 사고위기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일상의 업무 중에도 문제점이라고 공통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평소의 인식에서 리스크를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우선순위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조직 전체 및 각각의 계층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할 공통의 사일로(Common Silo)가 우리사회에 필요한 절체절명의 시기이다. 위에서 복잡계시스템 사회, 상호작용 및 상호의존성, 비선형성, 융합적 접근방식, 조직문화와 안전문화 등에 대한 주변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어떤 용어이든 이해하기 간단하거나 쉽게 성립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우선적으로 이것은 문제라고 공통적으로 생각되는 것부터 하나씩 변화를 주고 행동으로 옮기며 습관화시키면 되는 것이다”(安全文化をつくる新たな行動の実践;飯田裕康/高城美穗/前田典幸, 2019).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계획되고 의도된 변화는 시그널(Signal) 이며, 이러한 변화를 방해하거나 왜곡 또는 약화시키는 변화는 노이즈(Noise)에 해당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노이즈는 제거되어야 하며, 누구나 반드시 주의하고 이행하여야 하는 Strong signal은 규제하고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묵시적 조직/안전문화나 일상의 생활 등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Weak signal은 노이즈로 전개되기 전에, 의도한 결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충분히 합의된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각자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선진국을 향해 모두가 다 같이 실행해야 할 책임과 의무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조직내에서도 정치에 대한 발언은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묵시적 금기어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며 상호의존하는 시스템사회에서 우리 모두의 일상생활은 정치·경제·사회·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정치분야도 더 이상 정치인들만의 논쟁거리는 아니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열등한 사람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지적과 같이, 특정분야 전문가들의 판단착오나 그들만의 담합까지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모두의 안전이 담보된다. 제한되거나 금지되고 검열되는 정보로부터 융합적 사고방식은 창출되기 어려우며, 또한 디지털 장막 뒤에서 사실과 다른 오해와 부정확한 정보를 잉태할 가능성이 높은 익명의 댓글문화는 건전한 사회를 편가르는 도구일 뿐이다. 전체가 연결되어 있는 오픈사회에서 익명의 댓글이 거짓 없는 사실인지, 일부만 거짓 있는 사실인지, 또는 전혀 사실 없는 허구인지를 분간하기도 어렵다. 모든 정보는 공유되고 언제 어디서든 양방향 소통이 권장되어야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댓글문화는 기명ㆍ실명으로 공개하여 스스로의 책임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또다시 개인의 인권침해를 논한다. 그동안 익명의 댓글문화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누구나 인지하면서도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모순을 보게 된다. 개개인은 거대한 조직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이므로 가능한 한 크고 튼튼한 벽을 가진 사일로(Silo)를 찾아 조직원으로 편입한다. 어떤 사일로는 특정목적을 위해 익명의 댓글문화를 오히려 날조하거나 조장할 수도 있다. 다른 사일로와의 이해충돌에는 관심 없이 각자 본인이 속한 사일로의 최대이익을 위한 협력자가 되어 사회적으로 허용가능한 리스크 범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위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와 같이, 복잡계 시스템사회에서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그 상황의 본질은 부합해야 한다. 모든 것이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기술사회에서 정치이든 안전이든 그들만의 리그전은 존재하기 어렵다. 더 이상 검토나 토론대상에서 제외되는 성역은 복잡계시스템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과 정면으로 역행하는 길이며, 온라인 상의 모든 대화는 기명ㆍ실명으로 자유롭게 공개되어야 사건/사고에 대한 다양한 원인파악과 더욱 많은 대책수립이 가능해진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책임과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으며, 나와 우리의 안전을 해당분야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익명의 댓글문화, 묵시적 금기어 등은 우선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할 우리사회의 심각한 노이즈이다. 지금도 기억난다. 과거 필리핀에 가정부로 취직한 부모세대, 중동과 독일에 파견된 노동력, 베트남에 파병된 그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 것처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자녀세대의 안전선진화를 위해 지금 우리의 의무와 책임 또한 분명하다. 복잡한 개념은 뒤로하고 대학진학률과 박사학위 취득자수 등 가장 간단히 수치를 보더라도 매년 세계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며 모든 산업분야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며 공통의 이슈인 안전분야 해당지표에서는 대부분 OECD 하위급에 위치한다. 그렇다고 그동안 안전에 대해 전혀 배제한 것은 아니다. 단지,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제하려는 습성이 너무 강하여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부족했던 것이다. 새로운 안전패러다임에 대한 연구와 발전을 가로막는 주원인은 새로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재의 안전분야 전문가들과 우리 모두의 사고방식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상이 바뀌거나 시설이나 제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결국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학문적 개념의 적용보다, 주변환경의 변화를 인식하고 학습하며 적응하려는 각자의 정신(Mind)에 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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