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을 규정함으로 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장 1조). 결국 핵심적인 내용은, 사람을 보호하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벌을 하는 법이다.

그러나 처벌을 해도 인명사고나 재해가 예방되지 않는다면, 또는 처벌이 사고나 재해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근거가 있다면, 이 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정부기관의 책임인 것인가? 안타깝지만, 사고 또는 재해와 처벌 간의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거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며, 그러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자료가 있다고 해도 조금만 정성 들여 검토한다면 그것은 단편화된 관점에 의해 목적의식적으로 조립된 "결과적 결과"의 자료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명분 있는 근거도 이미 다수 존재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듯이 산업안전과 관련된 개념이나 이론들도 현재의 사회-기술시스템 상황의 본질에 부합 되도록 변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써, 2018년 개정된 ISO 31000의 리스크 개념조차도 과거의 개념보다 크게 확장되어 "목적에 대한 불확실성의 영향 (Effect of uncertainty on objects)"으로 변경되었다.

즉, 과거의 리스크 란 발생된 사고, 피해, 실패, 오류 등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며, 따라서 리스크 관리란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의 최소화 /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의 예방”이 최종 목표가 된다. 그러나 변경된 리스크 개념은 목적(Objects)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으면 리스크 개념조차도 애매하게 되기 때문에 선명한 목적 설정이 우선적이며, 영향(Effects) 이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뿐만이 아니라 “바람직한 영향”까지도 포함하여 확대해석 되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사고나 실패의 예방만으로는 리스크를 담보할 수 없는 사회이다. 따라서 변경된 리스크 관리란 바람직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 간의 상호작용과 상호의존성을 인식해야 하는, 복잡계 사회-기술 시스템에 이미 우리가 생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바람직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행간의 의미로써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주요점은, 긍정과 부정의 반대되는 두 영향 간의 균형 (Trade-off)을 이루며 공생(共生)하는 현실, 즉, 어느 정도의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도 현실적 으로 타협하고 받아드려야 하는, 상호간의 이해와 소통이 더욱 절실한 사회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도된 변화는 시그널(Signal)로 분류되며, 시그널을 방해, 왜곡, 약화시키는 변화는 노이즈(Noise)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시그널과 노이즈가 혼합되어, 보이지 않는 (사건/사고의) 임계선 내에서 작동하고 있겠지만, 시그널보다 노이즈가 강하면 결국 사건/사고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처벌로만 노이즈가 제거되거나 약화되는 선형적인 단순시스템 사회가 아니며, 오늘날의 복잡계 비선형시스템 사회에서는 모든 현상이 상호작용 및 상호의존하여 발현한다는 전제가 어떤 분야의 이론 이나 산업계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시스템(조직) 내 노이즈는 내부 에서 발생될 수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정부조직 같은 외부시스템에서도 발생하 여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우리 시스템내 노이즈가 다른 인접시스템에서는 강한 시그널에 해당되는 요인일 수도 있으므로, 노이즈라고 무조건 제거한다면 외부의 인접시스템과는 분쟁 이 일어나고 결국은 각자의 시스템도 의도한 작동을 멈추게 된다.

이와 같이 시스템 내외부의 환경과 조건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과거의 관점만 으로는 해석될 수 없는 여러 현상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고가 없으면 처벌이 없다는 선형적 인과관계 개념은 현대의 시스템 본질에 역행하고 과거의 안전으로 회귀하는 지름길 이다. 교통사고율 제로화는 모든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으면 달성될 수 있다. 그 대신 혼란 에 빠질 다른 시스템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한 가능한 방법이다. 사고가 있으면 처벌이 따르므로 그 사고는 점점 은폐되고 조작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거대하고 강력한 조직 앞에 나약한 인적오류는 범인이 될 확률이 과거보다 더욱 증가할 것이다. 차라리, 사고가 없으면 (경영상의 각종) 지원이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여, 잘되는 일을 더 잘되게 함으로써 새로운 일거리도 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현대사회의 시스템 상황에 더욱 부합한다.

하늘아래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타인이 사고를 당하거나 함께 사는 세상에 재난재해가 일어나길 바라겠는가? 재삼 강조하고 싶은 소견은, 본 법은 더 건강하고 안전한 우리사회 를 만들 수 있는 시그널의 역할보다, 또다른 규제와 매뉴얼을 양산하는 노이즈가 될 가능성 이 매우 높다. 따라서 법의 시행 이전에 더 많은 분야의 반대의견을 청취하고 공생의 길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소통이 절실하다.

이상